spoiler + 24
어머니의 이름으로
이번 포스팅은 영화 리뷰가 아니다. 이 기사에 누군가 불만을 제기한 걸 보고 쓰는 글이다. 그 사람 주장은 그런 발언을 하면서 (임수정 당신은) 왜 이번 영화에선 엄마로 등장하냐, 언행불일치 아니냐, 라는 것인데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사람들이 '엄마'라는 캐릭터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엄마의 모습이 헌신과 모성애로 점철된, 즉 인간으로서의 욕망이 거세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 캐릭터가 사라져야 할까? 내 생각은 그 반대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엄마들이 등장해야한다. 가족에게 헌신하는 엄마가 아니라 사람들의 예상에서 훨씬 벗어난 엄마들 말이다. 이번 년도 할리우드 개봉작들 중엔 유독 그런 엄마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의 엄마..
어머니의 이름으로
곤지암(2018) 그리고 A Quiet Place(2018)
현재 극장가에는 두 편의 공포영화가 상영 중이다. 바로 과 . 전자는 공포 영화로써 이례적인 흥행에 성공했고 후자는 개봉 전부터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필자는 같은 날 그 두 편을 연속으로 관람했다. 재미있는 건 이 두 영화들이 지향하는 점이 확연히 대조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 두 편의 공포 영화를 비교하려고 한다. 우선 표현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은 명성과는 달리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장면은 의외로 몇 번 나오지 않는다. 대신 관객들이 예상한 지점에서 한 템포 늦추는 방식으로 전개하면서 순간적인 공포보다는 긴 시간 동안 압박해오는 공포를 선사한다. 반면에 는 설정이 설정인 만큼 사운드(침묵)에서 오는 서스펜스를 극대화 시킨다. 사운드 사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그 효과를 ..
곤지암(2018) 그리고 A Quiet Place(2018)
Mayhem(2017)
합리적 분노 일명 ‘ID-7’으로 불리는 이 분노 바이러스는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시작된 이래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한 번 감염되면 자제력을 잃고 감정, 폭력, 섹스 같은 극단적인 본능만 추구하는 증상을 보인다. 미국 질병관리센터는 연말까지 ID-7을 잠식시키겠다고 선포했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여전히 세계의 절반가량이 미국에서 발생 중이다. 좀비 바이러스 그리고 제한된 공간, 여기까지는 다른 좀비 영화들과 별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은 지금껏 다른 좀비 영화들이 시도한 적 없는 독특한 설정을 선보인다. 첫 번째는 감염 후 8시간이 경과하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는 것. 두 번째는 감염된 상태에서 저지른 행위는 어떤 법적 효력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한편 TSC(Towers & Smythe..
Mayhem(2017)
Lady Bird(2018)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 과 는 ‘성장’이라는 점에서 궤도를 같이한다. 의 싱클레어는 가정과 학교로 대변되는 안락한 세계에 안주하다가 바깥이라는 어두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러나 그 두 세계는 에서 정확히 반대로 표현된다. 에서 가정과 학교가 속한 새크라맨토는 주인공 레이디버드의 꿈을 가로막고 있는 곳,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곳이며, 바깥(뉴욕)은 그녀의 이상이 실현되는 곳이다. 사람은 흔히 자기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 두려움을 느낀다.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 현실 속 초라한 내가 자꾸만 충돌하기 때문에 현실의 내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레이디버드는 부모가 지어준 ‘크리스틴’이라는 ..
Lady Bird(2018)
Ready Player One(2018)
처음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이었다. 9살의 나는 스크린을 가득 채운 호그와트 속 세상을 넋 놓고 바라봤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자리에서 쉽사리 일어나지 못해 엄마 손에 억지로 끌려 나왔던 순간까지도 전부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시각적인 충격과 재미가 있고 없고 따위의 문제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 꺼진 극장에 한데 모여 오로지 영화만을 위해 2시간 동안 숨죽이고 그 세계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 소설이나 TV에선 느낄 수 없는 체험적 세계, 영화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한 강렬한 어떤 것이었다. 나는 그 전율을 아직까지도 기억한다. 그 이후로 나는 천 편도 더 넘는 영화를 관람했다. 때때로 영화는 가장 힘든 순간 유일한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고, 둘도 없는 친구가..
Ready Player One(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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