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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n Barnes,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입니다.” 소설은 토니의 부정확한 기억(1부)과 불충분한 문서(2부)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자기기만 혹은 회고록)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을 제외하고 이 작품을 논하긴 힘들다. 기억에는 필연적으로 망각이 뒤따른다. 영화 한 편을 본다고 치자. 아무리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한들 시작부터 끝까지 인물들의 대사, 미장센, 카메라 숏 하나하나를 전부 기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우리는 인상 깊었던 몇 장면만을 뇌에서 편집해서 기억할 뿐이다. 즉,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건 무언가를 망각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소설의 주인공 토니 역시 과거에 자신이 베로니카에게 퍼부었던 악담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40년 만에 베로니카와 ..
Julian Barnes,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
Thomas More, Utopia
1991년, 공산주의는 공식적으로 붕괴했다. 소련이 해체를 선언한 것이다. 현재까지도 여전히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들이 있지만 순수한 공산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그렇다, 공산주의는 실패한 체제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미 알고있는 결과에 대해 말하는 건 쉬운 법이다. 토마스 모어는 에서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불평등’을 지적했다. 소수의 자본가들이 모든 자본과 권력을 독점하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승자독식 사회라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일시적으로 이상적인 사회상으로 부흥했었다. 그리고 이 열기에 힘입어 1917년에는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다.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이자 노동자와 농민의 정부를 목표로 한 혁명이었다. 하지만 스탈린이 정권을..
Thomas More, Utopia
최은영, 쇼코의 미소
공감, ‘한가지 공(共)’자에 ‘느낄 감(感)’자를 써서 ‘함께 느낀다’는 뜻이다. 의 키워드는 ‘공감’이다. 책에 수록된 7편의 단편 속엔 각기 다른 세대와 국적, 상황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적지 않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은 서로에게 공감하고 이해함으로써 연대한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들의 공감에 연대할 수 없었다. 작가는 인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단순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는데, 캐릭터, 서사, 문체, 대사 등이 그렇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단순하게 좋은 사람, 단순하게 나쁜 사람은 없다. 인간은 복잡하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고 아이러니는 서사를 풍부하게 만든다. 이 사례가 잘 반영된 작품이 박찬욱 감독의 이다. 성실한 노동자였던 류(신하균)는 누나의 수술비를 마련하..
최은영, 쇼코의 미소
Wild Man Blues(1997)
우디 앨런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일화는 아마도 78년도 아카데미 시상식과 관련된 일화일 것이다. 우디 앨런은 그 당시 이란 작품으로 4개의 주요 부문에서 오스카를 석권했었다. 그러나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5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거행되었던 날이 마침 우디 앨런이 재즈 클럽에 방문하는 날과 겹쳤던 것이다. 우디 앨런은 아카데미 대신 평소처럼 재즈 클럽에 참석해 클라리넷을 연주했다. 재즈에 대한 우디 앨런의 열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는 우디 앨런과 그의 재즈 클럽 멤버들이 함께 유럽투어를 순방하면서 감독이 아닌 클라리넷 연주자로서의 우디 앨런의 모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우디 앨런만큼이나 그의 지인들도 적지 않게 등장하는데 특히 우디 앨런의 아내인 순이는 우디 앨런 못지않은 비중을 자랑..
Wild Man Blues(1997)
Aroused(2013)
나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라면 어떤 선택이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포르노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성을 판다고 해서 팔지 않는 사람에게 그걸 비난할 권한은 없다. 윤리적 잣대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이유로 내 딴에는 내가 나름 선입견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오만이었다. 를 보는 동안 나의 고정관념은 여러 차례 뒤집혔고 나는 내 생각보다 상당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포르노배우들에게 제일 궁금했던 건 그녀들이 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16명의 배우들은 각기 다른 대답을 늘어놓았다. 방탕하게 살다가 20살이 되자마자 이 일을 시작한 사람도 있었고, 돈 때문에 택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이유가 있는가 하면 순전히 섹스가 좋아서,..
Aroused(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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