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이번 포스팅은 영화 리뷰가 아니다. 이 기사에 누군가 불만을 제기한 걸 보고 쓰는 글이다. 그 사람 주장은 그런 발언을 하면서 (임수정 당신은) 왜 이번 영화에선 엄마로 등장하냐, 언행불일치 아니냐, 라는 것인데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사람들이 '엄마'라는 캐릭터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엄마의 모습이 헌신과 모성애로 점철된, 즉 인간으로서의 욕망이 거세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 캐릭터가 사라져야 할까? 내 생각은 그 반대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엄마들이 등장해야한다. 가족에게 헌신하는 엄마가 아니라 사람들의 예상에서 훨씬 벗어난 엄마들 말이다.


 이번 년도 할리우드 개봉작들 중엔 유독 그런 엄마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쓰리 빌보드>의 엄마는 극단적인 행동파 엄마였으며, <아이, 토냐> 속 엄마는 모성애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고압적이고 괴팍한 엄마였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어떠한가. 20대 초반의 미혼모가 등장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전통적인 어머니상을 완전히 깨부순다. 다소 극단적인 이전 작품들 속 엄마들과 달리 <더 포스트>의 엄마는 그나마 전통적인 어머니상과 근접해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엄마로서의 삶이 아닌 언론사 발행인으로서의 고민과 갈등에 집중한다. 한국영화 중에선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예로 들 수 있다. <마더>는 자식에게 헌신하는 전통적인 엄마를 그려내는 듯싶지만 마더가 머더가 됨으로써 도리어 극단적인 모성애를 풍자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영화 속에서 엄마가 사라져야 할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이 질문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또한 단순히 ‘전통적인 어머니상’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은 가족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우리엄마의 자식으로서 혹은 같은 여자로서 안타까움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이해한다. 그러나 엄마의 희생이 사회분위기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 당신 본인이 원한 희생이었다면 과연 그 희생을 마냥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다양한 엄마의 모습이 필요하다는 건 전통적인 어머니상도 포함한다는 말이다. 또한 이 세상에는 헌신적인 엄마 캐릭터가 필요한 영화도 분명 존재한다. 전통적인 어머니상이 싫다고 엄마 캐릭터를 아예 없애버리는 건 엄마들의 목소리를 지우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무조건 등장해야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우선시해야 하는 게 있다. 엄마는 당연히 가정에 봉사해야한다는 혹은 봉사할 거라는 사회 인식부터 개선되어야 한다. 영화는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생각을 고쳐야한다. 엄마에게도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할리우드가 그랬듯이 변화의 바람이 불면 영화 속 어머니 프레임은 자연스레 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