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이제 서야 기운차리고 쓰는 2018 현재상영중 후기
2회차 공연을 관람했다. 스탠딩 3n번이었는데 간신히 사이드 펜스 성공. 테마는 관종-진과 함께-붐뱁도시 순. 여보괴담 못본 건 아쉬운데 셋 다 셋리 만족스러웠다. 관종 때 타블로 혼자 가디건에 안경에 전체적으로 단정한 스타일이라서 '? 저게 왜 관종이지?' 했는데 지적허영심을 표현한 거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겼음. 그리고 또 붐뱁도시 땐 에픽하이 멤버들이 "붐뱁이 뭔지 아세요~?" 하고 물어봐서 관객 몇명이 대답했는데 에픽하이가 콕 집어서 뭐냐고 계속 집요하게 물어봤었다. 그래서 이 다음에
타블로: 트랩이 뭔지 아세요?
관객: (고ㅡ요)
타블로: 아 물어볼까봐 그러는구나. 안물어볼게요, 안물어볼게.
(미쓰라 타블로 투컷 일동 손 저으면서 고개 절레절레)
타블로: 자, 트랩이 뭔지 아세요?
관객1: 네~!!!
타블로: 어! 누구야! 방금 대답한 사람 누구야!!
미쓰라: 딱 걸렸어!
타블로: 방금 대답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
이래가지고 존나 웃겼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그 관객이 ㄹㅇ전문가처럼 대답해서 더 웃겼음ㅋㅋㅋㅋㅋㅋㅋ 이 다음에 힙합이 뭐냐고도 물어봤는데 어떤 관객이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엘레이~"라고 대답해서 타블로가 혹시 LA에서 왔냐고 물어봤는데 도봉구에서 왔다고 해서 개웃겼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기기도 웃겼고, 좋아하는 노래 라이브로 들으면서 같이 따라부르고 뛰어노는 것도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건 오랜만에 보는 건데 여전히 다들 그대로여서 그게 너무 좋았다. 작년 WDSW 콘서트 이후로 처음 보는 거였는데 블로랑 수컷은 여전히 잔망스럽고 미쓰라 혼자 조용한 듯 은근 묵직하게 할 말 다 하는 거 보면서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라 어딘가 안심이 되고 좋았다. 음...'좋았다'라는 말 하나에 이 감정들을 다 담기가 어려운데... 작년 WDSW 땐 앨범도 그렇고 컴백 콘서트도 그랬고 전체적으로 마지막을 암시하는 느낌이 강해서 조마조마 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물론 현상이 원래 진지함보단 재미에 포커스를 맞춘 공연이긴 하다..) 무엇보다도 에픽하이가 공연하면서 관객들과 만나는 걸 여전히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게 느껴져서 마지막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에픽하이는 그대로인데 내가 변했다는 생각을 조금 했었다. WDSW 콘서트 때 예전처럼 미친듯이 신나지가 않아서, 그래서 내가 더 이상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게다가 작년 말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데다가, 콘서트 두 달 전부터 몸 상태 최악이라 콘서트 자체가 가기가 싫었었다. 예전이었다면 올콘 말곤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테지만.. 이런 이유로 내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콘서트를 갔다와서 깨달았다. 변한 건 맞는데 그 변화조차 선물이라는 걸. 분명 예전만큼 신나고 즐겁지는 않지만 이젠 그냥 변함 없이 음악하고 랩하고 멘트하는 에픽하이의 모습을 보는 게 내겐 행복이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돌아보면 언제나 변함 없이 그 자리에서 음악하고 팬들이랑 소통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 물론 에픽하이의 음악 자체로도 위로 받기도 하고. 이런 사람들의 팬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10년 넘도록 생각해왔던 건데 해가 갈 수록 점점 더 뼈저리게 실감한다. 콘서트 갔다와서 이틀 내내 예전 공연 직캠들이랑 같이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라는 생각을 했을 텐데, 이제는 '우리가 나눠가진 추억이 이렇게 많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나눠가질 추억 많이 만들었으면. 그리고 오빠들도 팬들도 다들 건강했으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