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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복수를 했는데 그는 구원을 얻었네
영화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지 않은 나에게도 김기덕의 영화에는 이상하게 느껴지는 대목들이 늘 있다. 한 가지만 얘기해 보라고 하면 배우들이 대사를 처리하는 방법을 말해야 하겠다. 그들은 너무나 전형적인 억양으로, 너무나 기계적으로 말한다. 홍상수의 영화에서 배우들이 대사를 처리하는 방식과 정반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것은 영화일 뿐이라는 사실을 브레히트식으로 재인식하게 해주는 그런 대목들이 왜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나는 늘 의아했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여러 번 되풀이 찍을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 이 점이 늘 안타까웠던 것은 그런 것들에 의해 완성도가 훼손되는 것이 억울할 정도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그의 영화가 자주 보여주는 경이로운 이미지들을 찬미하지만..
그녀는 복수를 했는데 그는 구원을 얻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