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 + 2
영화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지 않은 나에게도 김기덕의 영화에는 이상하게 느껴지는 대목들이 늘 있다. 한 가지만 얘기해 보라고 하면 배우들이 대사를 처리하는 방법을 말해야 하겠다. 그들은 너무나 전형적인 억양으로, 너무나 기계적으로 말한다. 홍상수의 영화에서 배우들이 대사를 처리하는 방식과 정반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것은 영화일 뿐이라는 사실을 브레히트식으로 재인식하게 해주는 그런 대목들이 왜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나는 늘 의아했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여러 번 되풀이 찍을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 이 점이 늘 안타까웠던 것은 그런 것들에 의해 완성도가 훼손되는 것이 억울할 정도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그의 영화가 자주 보여주는 경이로운 이미지들을 찬미하지만..
어떤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신형철 평론가 때문에 다른 평론가들이 슬퍼졌다.” 신형철이 평론계가 으레 인정해왔던 한계를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란다. ‘좀체 잘 팔리지 않는다던 평론집도, 신형철이 내니 베스트셀러가 되더라.’ – 라는 식이다. 그가 쓴 산문집 중 ‘구두점에 대한 명상’을 공유한다. 신형철의 글쓰기 비법 중 일부를 엿볼 수 있을지 모른다. 문장에 관한 한 만국 공통의 기본은 구두점이다. “어차피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은 단어뿐이니, 이왕이면 구두점 하나라도 제자리에 잘 박히도록 하면 좋지 않겠나.” (레이먼드 카버) 그래서 오늘은 구두점에 대해 명상하려고 한다. 먼저 쉼표. 소설가 에번 코넬(Evan Connell)은 단편소설의 초고를 읽어내려가면서 쉼표를 하나하나 지웠다가 다시 한번 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