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land Season 1


 911 테러를 기점으로 미국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치적으로는 필요에 따라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사회를 통제하기 시작했으며, 군사적으로는 대테러 군사 작전을 최우선으로 삼았고 그 과정에서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이 발발했다. 외교적으로는 동맹 정책을 이분화했다. 미국의 편에 서지 않는 국가는 적으로 간주했으며, 대테러 작전에 도움이 되는 국가는 과거를 불문하고 친구가 되었다. 미국인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 사회 전역에 반이슬람 정서가 확대되었으며 작은 사건 사고에도 테러가 아니라는 확실한 발표가 있어야만 비로소 불안이 해소되었다. 한마디로 911 테러가 미국인들에게 남기고 간 것은 ‘공포’였다.


 911 테러로부터 딱 10년 후에 방영된 홈랜드는 지난 10년 동안의 미국의 모습이 반영된 작품이다. 특히 CIA 요원으로 등장하는 (몹시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리컬한) 캐리라는 캐릭터는 미국인들의 정신적 공황을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철저히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브로디가 반역자가 된 계기나 캐리가 위법 행위를 불사하면서까지 브로디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행위는,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 때문에 무고한 희생자와 분열을 낳았던 이라크전과 국가위기사태라는 명분으로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미국 정부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드라마 전반에 흐르고 있는 정서는 오히려 반성에 가깝다.


 홈랜드엔 미국 특유의 낙관주의나 애국주의도 없다. 인물들은 대의가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에 따라 행동한다. 한 가지 특이점은 캐리가 브로디에게 의심을 거두고, 브로디가 자살 폭탄 테러 계획을 미루게 된 계기가 지극히 인간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설득력은 없지만) 브로디가 좋아져서, 그리고 사랑하는 딸 때문에. 결국 딸의 전화를 받고 브로디는 목숨을 건졌지만, 브로디에 대한 신뢰를 다시 잃게 된 캐리는 전기충격 치료를 받는다.


 홈랜드는 분명 무언가를 제시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대신 질문을 던질 뿐이다. 미국 사회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지, 테러와의 전쟁은 과연 테러를 종식시켰는지, 아니면 ‘브로디’를 양산해냈는지 말이다. 알다시피 홈랜드에서 우려했던 일은 몇 년 후 IS라는 끔찍한 현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