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 (2011)


<Shame>은 지하철에서 시작해서 지하철에서 끝나는 영화다. (이 앞에 한 시퀀스가 더 있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여기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장면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씬이므로 인물들의 행동과 카메라 숏을 주의 깊게 보는 것이 좋다.











브랜든과 씨씨는 극중 양극단에 서있는 인물처럼 보였지만 근원적으로는 그들의 결핍이 같은 선상에 있고, 누구보다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름다운 선율과 캐리 멀리건의 목소리, 마이클 패스벤더의 눈빛 연기에 잘 녹여낸 장면이다.












첨부한 영상에는 한 번 뿐이지만 브랜든과 마리안이 대화하는 내내 웨이터가 수시로 끼어들어 와인을 따르곤 한다. 타인과 진실된 관계를 맺지 못하는 브랜든의 단절된 심리상태를 웨이터를 등장시켜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씨씨의 자살 시도 이후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브랜든. 그리고 다시 지하철. 초반에 등장했던 금발의 여자가 또 한 번 등장한다. 그녀는 예전처럼 브랜든에게 은밀한 시선을 보낸다. 여자는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브랜든은 전에는 미처 보지못한 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주시한다. 여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는 브랜든의 표정이 얼마 동안 지속되닫가 영화가 막을 내린다. 너무 탁월하지 않은가? 대사 한 마디 없이 인물의 시선, 카메라 숏의 몇 가지만으로 인물의 변화를 표현했다는 게. 이 이후 브랜든이 어떻게 행동했을지 끝가지 보여주지 않는 점 또한 훌륭하다. 결국 그 해답은 관객에게 묻는 거니까. 당신이라면 저 여자를 따라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여러번 되풀이 해서 보면 볼 수록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탁월함을 발견하는 작품이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스티브 맥퀸, 가히 두 사람 모두의 최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