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Robot Season 1


Evil Corp의 붕괴는 Mr. Robot의 승리인가, 한계인가.


 자본주의의 등장은 세계화를 촉진시켰다. 그리고 세계화는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동시에 개인을 고립시켰다. 오늘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메워주고 있는 건 아마도 자본이거나, 자유, 진실 따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그 사이엔 아무것도 없다. 그저 공허함으로 가득하다. 주인공 Eliot이 느끼는 혼란과 고립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대변한다. <Mr. Robot>은 아나키즘의 분출을 통해 자본주의가 불러온 개인화와 현대인의 고립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불 꺼진 방안, 홀로 밝게 빛나는 컴퓨터 모니터, 그리고 그 앞에 앉아 있는 Eliot. 그는 낮에는 보안 업체의 직원으로 일하면서 밤에는 주변인들의 SNS와 휴대폰을 해킹한다. 해킹이 끝나면 어두운 방안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이 외로움이 지나가길 바라며 울음을 삼킨다. 다음날에도 그는 어김없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외로움에 몸서리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유대관계를 맺지 못한다. 대신 ‘모르핀’을 복용한다. 참 지독히도 외로운 사람이다. 


 Eliot은 우울하고 외로운 본인 자신의 대안으로 ‘Mr. Robot’이라는 대체 자아를 만들어낸다. Mr. Robot의 이데올로기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고 듣고 소비하는 모든 것들은 자본에 의해 이미 1차적으로 선별된, 즉 노예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Evil Corp사를 붕괴시킬 계획을 도모한다. 그는 말한다. 자본으로부터의 해방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거라고. Mr. Robot은 F Society라는 비밀 해커 조직을 만들어서 Evil Corp를 위협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Evil Corp의 붕괴가 가까워질수록 Eliot은 점점 더 불안해한다.


 Eliot의 이중적인 심리를 반영하듯 그는 ‘모르핀’과 ‘서복손’을 동시에 복용한다. 쾌락을 주는 자극에 한 번 노출되면 그 결과가 고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 Eliot은 자신이 통제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단 사실을 자각하면서도 모르핀을 끊지 못한다. Mr. Robot 역시 일이 위험 수위까지 진행됐다는 사실을 알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모르핀과 Mr. Robot은 ‘중독’과 ‘파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중독의 이면에는 억압에 대한 분노가 쌓여있다. (가령, ‘다들 행복한데 왜 나만 힘든 거지?’, ‘세상은 왜 나한테만 불친절한 거지?’와 같은 분노 말이다.) 그리고 분노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표출된다.


 극단적인 파괴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어쩌면 Eliot과 진정한 유대관계를 맺었을지도 모르는 Shayla는 Eliot의 약을 공급해주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Eliot은 또 다시 혼자가 된다. 마침내 Evil Corp이 붕괴되었는데도 그의 외로움과 고립감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는다. 해방이나 자유 같은 건 없었다.


 Eliot은 예전처럼 또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아무것도 없다. 세계는 고독하다. 당신이 도통 내 눈앞에 보이질 않으니 이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진 기분이다. 그러나 이 세계는 마치 거울과 같아서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엔 그 사람의 마음이 투영되어있다. 아무도 없다고 믿었던 빈 자리엔 사실 누군가 다녀간 온기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Eliot으로부터 해킹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준 그의 주치의처럼, Eliot과 같은 아픔을 공유한 Angela처럼, 그리고 Eliot과 피를 나눈 Darlene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