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곤지암>과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연속으로 관람했다. 나는 겁이 없는 편이라 둘 다 별 감흥은 없었다. 영화는 그저 그랬지만 두 영화가 다루고 있는 근원적인 공포 차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곤지암>이 시대상이 반영된 인과관계가 분명한 정치적 공포를 다룬다면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가족의 분열에 관한 공포를 다루면서 끝까지 가족주의를 강조한다. 정말이지 둘 다 지극히 한국적이고 미국적인 공포영화였다. 하여튼 장르 영화는 나랑 안맞는다니까..


8.

공포영화는 제작사들이 투자하기를 꺼려하는 장르였다. 한국에서 공포란 소위 말해 '안되는 장사'였기에. 그런데 얼마 전 <곤지암>의 관객수가 20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고로 <곤지암>의 손익분기점은 70만명이다. 국내 상업 영화 기준으로도 초저예산급 영화인 셈이다.) 이는 공포 영화 흥행 기록 중 <장화, 홍련>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곤지암>이 한참 흥행가도를 올리고 있을 때 <Ready Player One>은 예상보다 저조한 120만명이라는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럴 때 보면 영화라는 매체는 참 냉정하다. <곤지암>과 <Ready Player One>의 제작비는 각각 약 11억원과 3475억원이다.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작비와 흥행이 반드시 비례한단 보장은 없다. 게다가 티켓값마저 같다. 제작비가 더 많이 들거나 외화라고 해서 가격을 더 부과하진 않는다. 나는 영화가 지닌 이런 리스크 때문에 아직까지도 제작자들의 의중이 뭔지를 모르겠다.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를 따라가는 것 같긴 한데 그럴 거면 왜 그게 굳이 '영화'여야 했냐, 이말이다. 영화에 투자 한다는 건 도박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고도의 자본가들인가? 아니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는 협상가? 그것도 아니라면 재능 없는 예술가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