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Horror Story Season 1: Murder House




 인간이 가장 공포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바로 일상에서의 공포다. 평범했던 일상이 위협적으로 변하는 순간, 일상은 순식간에 공포로 탈바꿈한다. 대망의 아호스 시리즈의 첫 시즌 ‘Murder House’에선 제목처럼 집이라는 지극히 일상적 공간에 대한 공포를 조명한다. Murder House에서 집은 다른 아호스 시리즈가 그렇듯 ‘미국 사회’라는 메타포를 갖는다. 그리고 그 집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호러 영화에서 ‘가족’을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외계인이나 귀신, 연쇄살인마 같은 타자를 등장시켜 외부로부터 가족의 안전을 지키려는 가장의 고군분투를 그리거나, 두번째는 가족 내부에서 발생된 이상 징후가 가족을 붕괴시켜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다. Murder House는 첫번째 형식을 빌려 서사를 전개한다. 하먼 가족은 새로 이사간 집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자 집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하루라도 빨리 다시 이사를 가고 싶지만 집을 구입하면서 무리하게 지출하는 바람에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머무르게 된다. 여기까지는 호러 무비의 클리셰를 따라간다. 그러나 아호스에선 이들 가족이 이사오게 된 이유를 중요하게 다룬다. 바로 남편 벤의 외도로 인해 부부사이와 부녀지간이 소원해지자 새출발을 다짐하며 Murder House로 이사오게 된 것. 이로써 두번째 형식 또한 포함시킨다.


 한편 정신과 의사인 벤은 집에서 환자들을 상담하며 업무를 본다. 벤의 환자 중 한 명인 테이트라는 10대 소년은 벤의 딸인 바이올렛에게 접근한다. 벤은 테이트가 딸에게 접근하지 못 하도록 경고하지만, 잇따른 귀신들의 위협을 겪으면서 벤과 바이올렛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바이올렛은 테이트에게 전적으로 의지한다. 이후에 테이트 역시 귀신이었던 것으로 밝혀지지만 바이올렛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부인인 비비안은 귀신으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벤은 비비안의 이야기를 그저 정신적인 문제로 치부한다. 또한 벤의 외도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둘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더 이상 가장이 가정의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 하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전통적 가족관의 붕괴’를 의미한다.


 라이언 머피는 기존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진짜 공포는 가족이 유지되는 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이는 백인 남성 캐릭터들에게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가장들은 가부장적이며 여성을 착취한다. 단, 예외도 있다. 하먼 가족의 이웃인 콘스탄스 부인은 인종차별을 일삼는 인물이며, 남편과 가정부를 죽여버리고 자신보다 어린 남자와 같이 살며 권력을 과시한다. 미국의 기득권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선 남성 캐릭터들과 같다. 더 중요한 건 이런 가족 형태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냐는 것이다. 여기서 테이트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테이트는 콘스탄스의 아들로 엄마와 갈등을 겪다가 반항심리로 학교에 총기 난사를 저질러 경찰에게 총살당한다. 가부장적인 가족주의가 가족 해체를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흔히 가족주의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던 부분은 어쩌면 지배권력에 의해 교묘하게 위장된 국가주의일지도 모른다. 국가라는 거대한 집약체를 유지하기 위해선 가족이라는 최소한의 단위가 필수로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스 미디어는 국익의 가치를 수호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호러 무비에선 가족을 표면적으로 내세우거나, 아예 가족의 언급을 회피하기 일쑤였다. 가족에게 위협이 되는 필수악, 즉 제거대상을 지정한 다음, 이를 전파하는 최상의 수단으로 영화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화를 통한 이데올로기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중의 의식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듯이 대중매체의 흐름 또한 변화한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Murder House에선 미국 사회에서 금기시 해왔던 ‘가족 해체’를 직접적으로 다룰뿐만 아니라, ‘왜’ 해체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다루며 미국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친다.


 규격화된 의식을 깨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리고 규격화된 의식에서 벗어나 보다 발전적인 의식을 생산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아호스 시리즈는 형식면에서나 주제면에서나 늘 기존의 가치관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앞으로 보게 될 아호스 시리즈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