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k High


Map of The Human Soul (2003)






에픽하이의 데뷔 앨범이다. 데뷔곡은 'I Remember'인데 제목과는 달리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 없다....^-^ 타블로 말에 의하면 사람들이 에픽하이 데뷔곡으로 가장 많이 착각하는 노래가 'Fly'고 그 다음이 '평화의 날'이라고 한다. 근데 웃긴 건ㅋㅋㅋ뮤직비디오를 찍을 당시엔 에픽하이 멤버들 본인들은 데뷔하면 대박날 줄 알았다고 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결과는...ㅎ 지금은 에픽하이도 이 시절 사진이나 자료 보는 거 안 좋아한다ㅋㅋㅋㅋㅋㅋ 나도 1집 땐 에픽하이의 존재조차 잘 몰랐어서 할 말이 많지 않다. 그나마 1집에 얽힌 추억이라면 나름 추억인데 때는 2015년 에픽하이 단독 콘서트 현재상영중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콘서트가 총 8회라서 2주에 걸쳐서 콘서트를 했었는데 첫주 셋리 중에 1집 수록곡이자 타블로 솔로곡인 'Lesson 1'이 있었다. 첨부한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가사가 온통 영어고 한글로 해석해도 어려운 내용이다. 내가 외운 거라곤 훅에 나오는 "타블로~" 밖에 없었음. 아마 여전히 대부분의 팬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ㅋㅋㅋ그래서 첫주 콘서트를 마무리하고 일주일 동안 미친듯이 외웠었다. 다음주에 있을 콘서트에서도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타블로~"만 외칠 순 없었기에..^^ 결국 완벽하게 외워가서 그 다음주엔 맨 앞에서 열심히 따라했다고 한다. 그 일주일 동안 마치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근데 지금은 다 까먹어서 또 "타블로~"밖에 못함ㅠㅠ












High Society (2004)















1집의 실패 이후로 에픽하이 멤버들은 2집부터 직접 프로듀싱을 하기 시작한다. 덕분에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타블로와 투컷의 갈등이 잦아지게 된다. 2집 제작에 관한 유명한 일화 역시 이와 관련된 것이다. 2집 제작 당시 투컷은 리얼힙합을, 타블로는 대중성을 추구했었다. 참고로 투컷은 타블로가 힙합을 배반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ㅋㅋㅋㅋㅋ 결국 타블로의 의견대로 적당히 대중성 있는 트랙으로 뽑아서 나온 게 '평화의 날'이다. 내게는 에픽하이라는 그룹을 처음 각인시켜준 곡이기도 하다. (그 이후로 3년 동안 '평화의 날'이 데뷔곡인 줄 알았던 건 안비밀) 평화의 날의 성공으로 에픽하이는 어려웠던 생활을 청산하고 여유 있는 수입이 생기기 시작한다. 투컷은 통장 잔고에 찍히는 숫자를 확인한 이후로 리얼힙합을 때려치고 그 누구보다 대/중/성을 추구했다고 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집 수록곡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해안님의 싸이월드 스킨을 처음 적용했을 때 이 노래로 브금 설정했었는데, 도입부에 "일촌....파도 타고 있을 걸?"이라는 내레이션이 나오기 때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아마도 타블로가 이곡을 에픽하이 곡 중에 워스트로 꼽았던 걸로 기억한다ㅋㅋㅋ너무ㅋㅋㅋㅋㅋㅋ흑역사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욕설주의


찰진 욕으로 시작하는 도입부 때문에 급식 때 괜히 애들이 틀어놨던 노래ㅋㅋㅋㅋㅋ참고로 이 욕설 내레이션은 당시 매니저의 솜씨라고 한다. 중간에 에픽하이 멤버들의 대화가 나오는데 그 유명한 VIP 사건에 관한 얘기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다이나믹 듀오의 전신인 CB MASS의 멤버 커빈이 CB MASS와 에픽하이, TBNY의 앨범 제작비와 공금을 빼돌린 사건이다.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사건 때문에 에픽하이의 데뷔가 늦어졌다. 이 일을 계기로 커빈은 CB MASS에서 탈퇴하고 다이나믹 듀오가 결성되었다. VIP 사건이라고 하는 이유는 커빈=귀빈=VIP.











Swan Songs (2005)






에픽하이를 대박의 반열에 올려준 곡. 이곡으로 에픽하이는 데뷔 후 첫 1위라는 기염을 토한다. (1위 후보 상대는 그 당시 최고로 잘나갔던 동방신기였음) Fly의 성공으로 타블로는 아버지께 차를 사드리고, 투컷은 꿈에 그리던 드림카를 구매하고, 미쓰라는...고향에 현수막이 걸렸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수만 문구가 무슨...힙합 전사의 재림? 귀환? 뭐 그랬다고 한 거 같음ㅋㅋㅋㅋㅋ아직까지도 에픽하이 대표곡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곡 아닐까. 정말 신기한 건 여전히 대학축제 때 'Fly'가 나오면 떼창이 나온다는 거다. 



비극적이면서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 때문에 원래 좋아하는 노래였는데, 지금은 이 노래를 들으면 첫남자친구이자 첫사랑이었던 친구에 대한 추억까지 겹쳐서 더 슬프고 아름답게 들리는 곡이다. 그 친구는 에픽하이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곡을, 그 중에서도 정확히 내가 좋아한 가사(따라가리 저 땅 끝까지도, 바다가 치는 거친 파도, 팔과 다리 날개 꺾인대도 사랑하니까 불멸을 배신했죠. 차가웠던 도시도 사막에도 꽃피고 다 등지고 가로등 뒤로 너와 내 사랑은 숨쉬고.)를 좋아했었다.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 친구 생각이 난다. 제목 'Paris'는 프랑스 파리가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페리스에서 따온 것이다. 가사 역시 페리스와 헬레나에 대한 이야기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에픽하이의 음악만을 좋아했었다. 지금까지도 에픽하이가 내 인생에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Remapping the Human Soul (2007)


3집의 초대박 이후로 에픽하이는 얼마간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자취를 감췄었다. 대신 개포동 작업실에서 죽어라 작업만 해댔는데 타블로의 우울증 때문이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4집이다. 에픽하이 4집은 지금까지도 버벌진트의 '누명'과 함께 국힙 명반하면 꼭 언급되는 앨범이다. 총 2CD로 구성되었으며 1CD는 다소 어두운 곡들이, 2CD는 비교적 밝은 곡들이 수록되어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어두운 편이다...) 나 역시 에픽하이의 앨범들 중 4집을 가장 좋아한다. 내가 에픽하이의 팬이 된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하다. 명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록된 모든 곡들이 명곡 대파티다. 그래서 다 올리고 싶지만 너무 많아서 정~~~~~~~말 좋아하는 곡들만 손에 꼽아서 첨부하도록 하겠다.






'Fan'이랑 'Love Love Love'는 제일 좋아하는 곡은 아닌데 타이틀곡 후속곡이라서 올렸다. 특히 럽삼은 그 당시 LG 싸이언이었나? 김태희가 나왔던 휴대폰 광고 음악으로 쓰이면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었다. 싸이월드 브금으로도 많이 팔렸었고ㅋㅋㅋ에픽하이가 나중에 꿈꾸라에서 도토리로 돈 엄청 벌었다고 말하기도 했었다ㅋㅋㅋㅋFan은 정말 지금들어도 여전히 모든 팬들의 마음을 저격하는 곡이다ㅠㅠㅋㅋㅋㅋㅋㅋㅋ



하...정말 너무 좋아하는 곡ㅠㅠ에픽하이 곡 중 제일 좋아하는 곡 꼽으라고 하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곡이다. 한때 내 컬러링이기도 했는데 꿈꾸라에서 전화 연결했을 때 타블로가 컬러링 듣고 이 노래 좋다고 능청스럽게 넘어가기도 했었다ㅋㅋㅋ



이것 또한 내가 정말 환장하게 좋아하는 곡. 10년 전에 싸이월드 브금으로 설정했었는데 친구가 내 싸이월드 구경하다가 친구네 언니가 이 노래 뭐냐고 친구한테 물어봤다고 해서 되게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ㅋㅋㅋ노래는 다소 심각한 내용이다. 기독교를 비판하는 곡인데 기독교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샀었다. 덕분에 방송정지 가처분 판정을 받았다. 웃긴 건 타블로네 집안은 크리스찬이었고 타블로 또한 독실한 크리스천 신자였다. 이 곡을 썼을 당시에도 신앙심엔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이것도 정말 좋아하는 곡ㅠㅠㅠㅠㅠㅠㅠㅠ뭐 나올 때마다 다 좋아하냐고 할 수도 있는데ㅋㅋㅋㅋ진짜로 그 만큼 버릴 곡이 없는 명반이기 때문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Lesson 시리즈처럼 혁명적인 성격이 강한 곡이다.


이제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는 말 안 해야지ㅎㅎ선곡표라는 제목처럼 노래 제목들을 이용해서 가사를 쓴 재치 넘치는 곡이다. 비슷한 곡으로는 魂 : Map The Soul 앨범 수록곡인 'Scenario'가 있음. 'Scenario'는 영화 제목으로 가사를 쓴 곡이다.











Soundtrack to a Lost Film


에픽하이 앨범은 아니고 타블로와 DJ페니가 결성한 Eternal Morning이라는 그룹의 앨범이다. 앨범 제목처럼 가사 없는 음악들만 수록되어있다. 이 앨범을 들으면 타블로의 음악적 재능이 결코 '힙합'이라는 한 장르로 제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록곡 'Love Is'는 나중에 꿈꾸라 1부 마칠 때 나오는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었다.



제목 'Holden Caulfied'는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따온 것이다.



제일 좋아하는 곡.










Pieces, Part One (2008)




앨범이 발매되었을 당시에는 빠른 템포 때문에 마냥 신나는 곡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우울증 때문에 무기력한 날들만 되풀이 하고 있던 어느날이었다. 여느때처럼 이어폰을 꼽고 아이팟에서 랜덤재생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 이곡이 나왔는데...가사를 주의 깊게 듣다가 울어버렸다. 내 마음을 완벽하게 대변하는 것 같아서. 그제 서야 뮤직비디오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왜 려원이 끊임 없이 자해하고 자살을 시도하고 에픽하이는 려원을 구원하려고 했던 것이었는지. 내가 에픽하이에게 가장 큰 빚을 지고 있는 곡이 이곡이다.



꿈 때문에 가족들 때문에 힘들 때 정말 많이 위로받았던 곡이다. 이곡은 타블로가 기술적으로 돋보이는 곡이기도 하다. 리스너들이 흔히 타블로의 단점으로 꼽는 게 플로우인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 타블로는 어려운 플로우를 구사하지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다. 그냥 필요가 없을 뿐이다. 이곡을 들어보면 타블로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플로우를 구사한다. 그리고 타블로가 워낙 랩을 잘하기 때문에 쉽게쉽게 들리는 것 뿐이지, 단조롭다고 생각되는 랩들도 막상 따라해보면 절대 쉽지 않은 랩이란 걸 알 수 있다.









Lovescream (소품집)


에픽하이의 마지막이 될 뻔한 앨범.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에픽하이는 해체할 계획이었다고 한다...안그래줘서 감사합니다...ㅠㅠ다시는 그런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위에서 언급했던 첫사랑이자 첫남친이었던 친구와 헤어지고 주구장창 들었던 노래다. 이별 후 느끼는 감정들을 디테일하고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에픽하이 노래들은 유독 서사적인 성격이 강한 곡들이 많은데 '1분 1초'도 그곡들 중 하나다.










당신의 조각들 (2008)


타블로가 19~20살 때 썼던 단편들을 모아 출간한 소설집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쓸쓸하고 우울하고 방황하는 인물들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제로도 타블로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아주 좋아한다. 원래는 영어로 쓰인 소설이며 이후에 타블로가 직접 한글로 번역해서 출판되었다.











魂 : Map The Soul (2009)


에픽하이는 울림 엔터테인먼트를 나와서 'Map The Soul'이란 레이블을 직접 설립한다. 앨범 제작부터 배송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회사 운영을 에픽하이 멤버들이 직접 도맡아서 했었다. 당시에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과 영상이 아직 남아있어서 몇 가지를 첨부한다.





꽁트도 있고 일상도 있는데 둘 다 지금봐도 여전히 웃기다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에픽하이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음악도 있지만 개그코드도 한몫했다고 본다.




크...도입부 오진다...콘서트 때 '그 대 가'만 나와도 그 뒤로 '읊조리는 시는 영원 뒤로 맴도는 에코, 매마른 귀로 샘솟는 숨소리는 음악사에 귀록될 모든 음표!' 때창 터지는데 희열 오짐ㅠㅠ 이번 현재상영중 때도 맵솔 셋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2014년 꿈꾸라에서 'Map The Soul'과 수록곡인 'Free Music'을 라이브로 부른 영상이 있어서 첨부한다. 보고 있으면 갓블로 소리가 안나올 수가 없다...에픽하이와 타블로 공연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봤는데 실제로 봐도 엄청 잘한다. 아 참고로 마지막에 나오는 곡은 에픽하이 노래가 아니라 지드래곤의 '불 붙여봐라(Light It Up)'인데 타블로와 도끼가 피쳐링 한 곡이다. 그러고보니 도끼도 한때 Map The Soul 소속이었다ㅋㅋ











[ e ] (2009)


2CD 앨범으로 수록곡이 무려 30곡이나 된다 ㄷㄷㄷ... 같은 2CD였던 4집과 마찬가지로 'Energy'와 'Emotion'이라는 두 가지 파트로 나뉘어져있다. 나는 이 앨범 역시 버릴 곡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인터뷰를 보면 정작 에픽하이 멤버들은 너무나 많은 곡을 무작위로 수록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시는 2CD 낼 생각 없다고 하는 것 보니...





두 뮤직비디오의 내용이 이어져서 같이 첨부했다. (노래랑 뭔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패러디한 뮤직비디오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예 B급 코미디 정서를 깔아놓고 가는데 생각보다 연출도 나쁘지 않다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트로트 훅에서 노래하는 사람은 미쓰라다. 처음 들었을 땐 전인권인가 했었는데 미쓰라라고 해서 개충격받았었다ㅋㅋㅋ 노래 개잘함ㅋㅋㅋㅋ



[ e ] 앨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가사가 정말 아름답다. 아마 타블로가 강혜정을 생각하면서 썼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한 방울의 물을 원할 땐 바다를 또 내가 한알의 모래를 원할 땐 사막을 주는 너.'라니ㅠㅠ 이 가사는 원래 1집 '막을 내리며'에서 썼던 가사인데 '막을 내리며'보다는 'Heaven'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Epilogue (2010)


Map The Soul이 울림과 합병한 이후로 발매한 앨범이다. 합병한 이유는...Map The Soul 대표였던 인간이 회사돈을 횡령했기 때문...어휴 커빈도 그렇고 왜 이렇게 남의 등 쳐먹으려는 새끼들이 많냐.. 에픽하이 내에서도 투컷은 좀 더 힙합적이고 타블로는 감성적인 비트를 만드는 편인데, 이 앨범이 제작 되기 전에 투컷은 군대에 입대해서 타블로와 미쓰라만 제작에 참여했다. 그래서 감성적인 성격이 강한 앨범이다. 이 앨범을 제작하고 발매했을 시기가 타진요 사건이 본격적으로 점화되었던 시기와도 일치한다.에픽하이에겐 여러모로 좋지 않은 시기였다. 그래서 노래는 좋지만 에픽하이와 팬들에게 여러모로 속상하고 가슴 아픈 앨범이다.





초창기 앨범(5집까지)이 진보적이고 젊은 청년들의 패기가 느껴지는 성격이 강했다면, 그 이후(소품집부터)는 젊은 패기보다는 담담하게 서술해나가는 편인데 이곡도 그런 곡들 중 한 곡이다.











열꽃 (2011)


학력위조 논란 이후, 그리고 YG로 이적한 후 처음으로 발매한 앨범이다. 에픽하이의 디스코그라피 중 4집과 함께 최고작으로 꼽히는 앨범이다. 나 또한 4집만큼이나 열꽃을 좋아한다. 





처음 발매되었을 당시에는 타블로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기분이라 듣기 힘들었던 곡이었다. 시간이 흘러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었을 땐 그 어떤 곡보다 위로가 되었던 곡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편으론 타블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의 고통에서 비롯된 곡이 내게 위안을 준다는 것 때문에. 타블로는 이런 마음마저 그저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타진요 이후로 확실히 타블로는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다른 행보를 보여주었다. 인간적으로는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건 하루가 태어나서 그런 것도 있다.) 음악적으로는 시니컬하면서도 한편으론 어딘가 체념한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이곡은 특히 타블로의 랩톤과 가사 때문에 시니컬하면서도 체념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 또한 단 하나의 벌스와 벌스 전후로 긴 비트가 이어지는 구성인데, 짧지만 압축적이고 묵직한 가사와 그 여백이 서로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아마도 열꽃 앨범 중 '출처'와 함께 최고의 트랙이 아닐까. 



예전에 갔던 강연에서 타블로가 이 곡의 탄생비화를 들려주었었다. 타블로는 이곡이 본인 스스로를 비난하는 곡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가 커피를 정말 많이 마시기 때문이다. 이곡을 썼던 날도 어김 없이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방문했었다고 한다. 계산을 하려는데 카운터 앞에 있는 난민 구호 기금 저금통이 타블로의 눈에 들어왔고, 타블로는 가슴 아프다고 생각하면서 저금통에 돈을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뒤에 제일 큰 사이즈의 커피를 주문했는데, 바로 그 순간 타블로는 아이러니를 느꼈다고 한다. 그 아이러니함에서 비롯된 게 출처의 앞부분이다.



열꽃 앨범 중 몇몇 곡은 정말 슬프기도 했고, 앨범이 탄생한 과정도 나에겐 슬픔 그 자체였다. 유일하게 밝은 곡이 있다면 바로 이곡, '고마운 숨'이었는데, 내가 듣고나서 유일하게 울었던 곡이기도 하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겪고도 여전히 행복하고 괜찮다고 말하는 모습이 너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가슴이 아파서.


1절은 아내 강혜정에게, 2절은 딸 하루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나를 비롯한 팬들은 이곡을 슬프다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타블로 본인은 매우 로맨틱한 곡이라고 말한다. 노래 마지막에 나오는 아기 목소리는 예상했겠지만 하루의 목소리다. 하루가 처음으로 "아빠"라고 말하는 순간을 녹음한 거라고 한다. 참고로 앨범 커버인 백호 역시 하루와 관련이 있다. 하루의 태몽이 거대한 백호였는데 공교롭게도 하루가 태어난 해가 백호해라고 한다.











99 (2012)


YG 이적 후, 에픽하이로는 처음 발매한 앨범. 팬, 대중, 평론가, 너나 할 거 없이 대체적으로 반응이 안좋았던 앨범이다. 답지 않게 왜이렇게 밝은 곡이냐, YG 들어가더니 변했다, 이런 반응이 많았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다. 열꽃이 발매되었을 당시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타블로의 아버지가 앨범을 쭉 듣고선 음악이 왜 이렇게 슬퍼졌냐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타블로는 아버지를 위해 7집 앨범 컨셉을 밝게 잡았던 것이다. 하지만 타블로의 아버지는 7집이 세상에 공개되기 전에 돌아가셨다...여전히 에픽하이의 앨범들 중 평가가 가장 안좋지만 99 앨범의 진가는 콘서트 때 드러난다. 분위기 띄우는 데 99 앨범 만한 게 없다 정말.

 




굳이 뮤직비디오가 아니고 MAMA 퍼포먼스 영상을 첨부한 이유는 다크나이트 분장이 개쩔기 때문ㅋㅋㅋㅋㅋㅋㅋ미쓰라 분장 때문에 소리먹는 거 개웃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참고로 Don't Hate Me는 콘서트든 행사든 어디를 가든 항상 막곡으로 나오는 곡이다. 그래서 노래도 무대도 엄청 신나지만 이곡이 나오면 아쉽기도 하다ㅠㅠ



7집 수록곡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곡.











신발장 (2014)



앨범 발매 직후 음원차트를 확인하고 환호하는 에픽하이의 영상이다. 7집의 부진과 2년만의 컴백으로 인해 그동안 에픽하이가 얼마나 부담감이 많았었는지 알 수 있는 영상이다. 다시 봐도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기분이 좋다. 


크...비트, 랩, 뮤비 모든 게 완벽했던 갓헤이터. 본헤이터 비트랑 힙합당근으로 투컷은 레전드를 달성했었다ㅋㅋㅋ19금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매 당시 가장 좋은 반응을 보여줬던 걸로 기억한다. 뮤직비디오는 7대 죄악을 컨셉으로 삼았다. 타블로는 '나태'를 상징해서 타블로의 화장실엔 바퀴벌레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정작 타블로는 바퀴벌레를 엄청 무서워하는 게 함정이다. 집에 바퀴벌레가 등장하면 막 소리지르고 장난 아니라고 한다..그래서 강혜정이 다 잡는다고 함ㅋㅋㅋㅋ저도 그래요 오빠.....미쓰라는 '식탐'을 상징해서 피자를 먹어야만 했는데, 하필이면 이때 미쓰라가 다이어트 중이었어서 정말로 힘들었다고 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첫트랙으로 이보다 적절할 순 없었던 곡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팬이라면 '발 밑에 장미 아닌 화살 but I’ll never fall.'이랑 '우리가 시첸줄 알고 밟아댄 새끼들 다 'Fuck you we back. Epik High, High School, 또 다시 Mic check, uh!' 여기서 눈물 터지는 부분 ㅇㅈ? ㅇㅈㅇㅈ 이 뒤에 'I didn't realize that the show was over. Don't you tell me that it's over.'로 이어지는 훅도 개좋음ㅠㅠ



Amor Fati, 니체가 했던 말로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뜻이다. 이뜻을 운명에 순응하라는 뜻으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그뜻과는 정반대의 뜻이다. 인생에 주어진 역경과 고난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그대로 순응하지 말고 맞서싸우며 인생의 주체가 돼라는 의미다.



할 말이 많은 곡이라 특별히 가사를 첨부했다. 가사를 보면 알겠지만 기독교적인 내용과 비유가 많이 등장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타블로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 이후 무교로 마음을 돌아서게 되는데, 나는 이 곡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주고 있다고 본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당연 타진요 사태였다. 그 사건으로 타블로는 가장 사랑하고 존경했던 아버지를 잃었고 그로 인해 신앙심마저 잃게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 이후의 타블로의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게 바로 'Amor Fati'라고 생각한다. 타블로는 은유적인 가사를 쓰는 걸로 유명한데 이곡의 화법은 아주 직설적이다. 시작부터 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하면, 끝에 가선 나 역시 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게다가 랩의 톤 역시 감정이 격양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신에 대한 절망감, 배신감, 실망감 같은 감정들이 표출된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니체는 어떤 인물인가. '신은 죽었다'에서 니체가 말한 신은 바로 기독교의 신이었다. 정리하자면 타블로는 불합리한 시련들로 인해 더 이상 신을 믿지 않고 'Amor Fati'라는 말처럼 스스로를 믿으며 운명과 맞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종교를 믿지 않았던 나는 이 가사가 너무나 마음에 와닿았지만 타블로가 이런 가사를 쓰게 되었을 과정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다.











블로노트 (2016)


꿈꾸라 진행 당시 라디오 마지막 멘트였던 짧은 글을 모아서 엮어낸 책이다. 타블로가 꿈꾸라를 진행했을 당시엔 청취자들이 손글씨로 블로노트를 적어서 메일로 보내면 제작진들이 그중에 하나를 채택해서 꿈꾸라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올려주고, 타블로가 리트윗 하곤 했었다. 나도 한 번 채택돼서 선물 받았던 기억이 난다ㅋㅋㅋ <블로노트2> 출간 계획도 있다고 해서 기대하는 중이다! 언제 나올진 모르겠지만...




나를 벼랑 끝까지 몰고 온 사람보다 벼랑에서 툭 치는 사람이 더 미운 법.

- 150428 블로노트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뜻밖의 일이 돼.

- 150909 블로노트


'Heart'라는 단어 속에 'Art'가 있다.

- 100116 블로노트


내 갈 길을 막는 사람들도 그저 내 앞에서 헤매는 중일지도.

- 150623 블로노트


어려웠던 일들은 쉬워지고 쉬웠던 일들은 어려워진 나이.

- 080713 블로노트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2017)


신발장 앨범 이후 3년만에 발매한 앨범이다. 팬들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지만 에픽하이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음악에 있어서는 결코 대충하는 법이 없고, 완벽에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이제 멤버 셋 다 유부남인데다가 타블로와 투컷은 아이까지 있다보니 예전 같은 작업 속도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앨범을 다 들어보니 그럴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픽하이는 '변했다'는 말을 거의 데뷔 이후로 가수 생활하는 내내 들어왔는데, 이 앨범 역시 '변했다'는 말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누구는 4집, 누구는 5집, 6집, 8집이 생각난다고들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9집은 그냥 9집이다. 에픽하이의 앨범들 중 9집을 대체할만한 앨범은 없다. 9집은 그 어떤 앨범들보다도 개인적인 통찰이 강했던 앨범이다. 예전 앨범들이 사회와 대립하고 사회의 모순을 고발했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사회와 대립하면서 깨달은 개인적인 통찰이 녹아든 느낌이었다. 그래서 유난히 담담하고 그래서 더 슬펐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예전 앨범이 생각난다는 사람들의 의견에 동의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나에게는 9집이 에픽하이의 음악 인생에 있어서 제2막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9집 전까지가 청년의 경계에 있는 앨범이었다면 9집은 청년에서 중년을 향해가는 앨범이랄까.





차트개혁도 있었고 발매 하루인가 이틀 전에 트와이스 컴백이랑 겹쳐서 걱정 많았었는데 다행히 가뿐하게 1위를 점령했었다! 에픽하이는 신발장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사람들한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전혀 몰랐던 것 같다...바보들ㅠㅠ WDSW 컴백 콘서트 시작이 금요일이었는데, 그날 뮤직뱅크에서 1위를 해서 정말 기분좋게 첫콘을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방송 활동도 전혀 안했는데 말이다.


에픽하는 트랙 선정도 선정이지만 트랙 순서도 항상 기가 막히게 잘한다. 이곡은 9집  앨범의 1번 트랙인데 일단 들으면 9집의 방향성이 어떤 건지 단번에 파악된다.



에픽하이가 지난 3년간 얼마나 고뇌하면서 작업했는지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이번 앨범에서 미쓰라의 가사가 월등하게 좋아져서 정말 놀랐었는데 특히 이곡에서 잘 드러난다. 제일 좋아하는 가사를 첨부한다. 첫번째 문단은 타블로, 두번째 문단은 미쓰라의 가사다.




ㅠㅠ일단 좀 울고 시작하자.....타블로가 하루(혹은 후배들)에게 하는 말인데 처음 들었을 땐 잠시 머리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특히 본인 분야에서 정상을 찍었던 타블로가 하는 말이기에 더욱 마음이 착잡했던 것 같다... 타블로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너무 잘 아는 팬의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다...근데 그냥.. 너무 슬플 뿐. 개화에 대한 해석은 따로 링크를 첨부한다. 나도 이 의견에 완벽하게 동의한다. ▶개화 해석



9집의 마지막 트랙이다. 이번 앨범은 제목부터 수록곡들까지 유독 '마지막'이라는 인상을 주었었는데 특히 '문배동 단골집'은 마지막을 염두하고 쓴 곡이라는 인상이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 작년 WDSW 콘서트에서 여러분이 사랑해주신 덕분에 다시 한 번 저희가 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라고 감사하다고 말했었는데 잘은 몰라도 셋 다 마지막을 염두해두고 있는 건 맞는 거 같다...이 글을 적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물이 나올 거 같다...ㅠㅠ










와 이 글 포스팅하는데 12시간 걸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때려칠까 했지만 다 적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지난 시간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알고는 있었는데 글로 적고나니 에픽하이가 내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에픽하이 음악을 들으면서 성장했던 내가 지금은 그 음악을 만들었던 에픽하이와 비슷한 나이가 되었다는 것도 참 묘하기도 하고. 그래서 에픽하이의 음악이 좋은 것 같다. 또래로서 인생선배로서의 에픽하이 모두에게 위로받을 수 있으니까. 마지막....아직은 마지막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오는데 언젠가 정말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면 다들 웃으면서 인사하고 싶다. 울고싶진 않다. 슬픔보다는 에픽하이를 덕분에 얻은 기쁨과 행복이 훨씬 크니까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은.....아주 나중으로 미뤄줬으면 좋겠다ㅠㅠ오래도록 음악해주세요...그래서 에픽하이도 팬들도 다들 오랫동안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ㅠㅠ....사랑합니다 사랑해요.. 올해 콘서트도 꼭 갈게요. 건강만 하세요 오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