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Forest(2018)


자취를 시작하고 처음 몇 년간은 배달 음식과 인스턴트,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서 처음으로 직접 요리를 해먹기 시작한 게 작년 이맘때쯤. 할 줄 아는 요리라곤 라면과 계란 프라이가 전부였던 내가 식단을 짜고, 마트에 가서 식재료를 선별하고, 레시피를 보면서 차근차근 요리를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세 달 정도 지났나, 주방 살림이 꽤나 늘어났을 때쯤 문득 기분이 썩 좋다는 걸 느꼈다. 근 몇 년 간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기분 좋았던 순간이 있었나.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요리 때문이었다. 요리에는 정성이 들어간다. 내가 나에게 정성을 쏟는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그게 꽤나 행복했다. 원하는 목표를 이뤘을 때, 갖고 싶은 물건을 구매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일 때와는 분명 다른 행복이었다. 행복의 크기로 따지면 아마 훨씬 더 작은 종류의 행복일 것이다. 하지만 매일 하루 한 번 이상은 보장된 행복이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소확행이야 말로 흔히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큰’ 행복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대외적으로 성공하고 인정받는 것만큼이나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는 법 말이다. 내 밥그릇은 내가 챙긴다. 나는 요즘 이 말이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내 밥그릇을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나한테 잘하자. 이게 바로 내가 작년 한 해 얻은 교훈이다.